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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에 대해 적다, 허연Photoessay 2016. 5. 17. 17:07
뭔가 남겨질 일을 한 것에 대해 후회한다
녹물이 흘러내리고 있는 오래된 도시의 교각 밑을 걸으며
버려진 채 주저앉은 폐차 옆을 지나며
저것들도 누군가의 후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호기심에 제비집을 허물고 아버지에게 쫓겨나
처마 밑에 쪼그려 앉아 하룻밤을 보낸적 이 있었다
감당할 수 없이 두렵고 외로웠으며 바닥에 내팽개쳐진
빨간 제비새끼들의 절규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던 그런 밤이었다
그 날 나는 신부(神父)가 되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때 처음 뼈아픔이라는 단어를 이해했고
그 날밤의 악몽은 철든 시절까지 날 괴롭혔다 절대로 묻혀지거나 잊혀지지 않는 일이
존재한다는 걸 비로소 알았다
하지만 알면서도 다 알면서도 나는 살면서 앙금을 남겼다
후회한다 모두 덮어버리고 싶다
내가 짓고 내가 허물었던 것들을
무념무상으로 살지 못했던 날들에 대해 나는 후회한다
후회에 대해 적다, 허연
Secret Garden - Once in a Red M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