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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조(候鳥) ...김남조Photoessay 2016. 5. 12. 21:00
후조(候鳥) ...김남조
당신을 나의 누구라고 말하리
마주 불러볼 정다운 이름도 없이
잠시 만난 우리
이제 오랜 이별 앞에 섰다.
갓 추수를 해들인 허허한 밭이랑에
노을을 등진 긴 그림자 모양
외로이 당신을 생각해 온 이 한 철
삶의 백가지 간난을 견딘다 해도
못내 이것만은 두려워했음이라
눈 멀듯 보고지운 마음
신의 보태심 없는 한개 그리움의
벌이여 이 타는듯한 가책
당신을 나의 누구라고 말하리
나를 누구라고 당신은 말하리
우리 다같이 늙어서 정복한
어느 훗날에
그 전날 잠시 창문에서 울던
어여쁘디 어여쁜 후조라고나 할까
옛날에 그 옛날에
이러한 사람이 있었더니라.....
애끊는 한 마음이 있었더니라
이렇게 죄없는 얘기거리라도 될까
우리들 이제
오랜 이별 앞에 섰다.후조(候鳥) ...조병화
후조기에 애착일랑 금물이었고
그러기에 감상의 속성은 벌써 잊었에라
가장 태양을 사랑하고 원망함이 후조였거늘
후조는 유달리
어려서부터
날개와 눈알을 사랑하길 알았에라
높이 날음이 자랑이 아니에라
멀리 날음이 소망이 아니에라
날아야 할 날에 날아야 함이에라
달도
별도
온갖 꽃송이도
나를 위함이 아니에라
날이 오면 날아야 할 후조기에
마음의 구속일랑 금물이었고
고독을 날려버린 기류에 살라 함이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