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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비 내리고 - 편지 1 ...나희덕

hanulche 2015. 1. 23. 21:48

 

 



 

 
찬비 내리고 - 편지 1 ...나희덕

 

 

우리가 후끈 피워냈던 꽃송이들이 
어젯밤 찬비에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합니다. 
그러나 당신이 힘드실까봐 
저는 아프지도 못합니다. 
밤새 난간을 타고 흘러내리던 
빗방울들이 또한 그러하여 
마지막 한 방울이 차마 떨어지지 못하고 
공중에 매달려 있습니다. 
떨어지기 위해 시들기 위해 
아슬하게 저를 매달고 있는 것들은 
그 무게의 눈물겨움으로 하여 
저리도 눈부신가요 
몹시 앓을 듯한 이 예감은 
시들기 직전의 꽃들이 내지르는 
향기 같은 것인가요 
그러나 당신이 힘드실까봐 
저는 마음껏 향기로울 수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