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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너는 나를 들을 것이다 / 파블로 네루다Photoessay 2015. 7. 18. 18:45
그리하여 너는 나를 들을 것이다 / 파블로 네루다
나의 말에 네가 귀를 기울이고 있노라면
나의 언어는
가끔 해변의 갈매기 발자국처럼
수척해진다
포도알처럼 매끄러운 너의 손을 위한
사슬, 도취한 방울
나는 아주 먼 데서 나의 언어를 본다
나의 것이라기보다는 차라리 너의 것
그것은 담쟁이처럼 나의 옛 상처 위로 기어오른다
그것은 때로 축축한 벽을 기어오르기도 한다
이 잔인한 유희는 네가 져야 할 책임이다
나의 어두운 동굴에서 언어가 빠져나간다
모든 것을 너는 채운다 그 모든 것을
너보다 먼저 나는 네가 점령한 고독에
내 언어의 집을 짓는다
너보다 더 나는 슬픔에 익숙해져 있다
지금 내가 너에게 말하고 싶은 것을
내 언어가 말했으면 한다
내가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을 내 귀가 들을 수 있도록
고뇌의 바람이 아직도 나의 언어를 이리저리 끌고 다닌다
꿈의 태풍이 아직도 나의 언어를 때려눕히고 있다
너는 내 슬픈 목소리에 깃든
다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