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essay

가을속으로 /하늘채

hanulche 2024. 10. 25. 13:52

가을속으로 / 나비

 
삼백예순 하고도 오일을
하루같이 보내는 아쉬운 시간
빛바랜 갈잎의 추락속으로
가슴에 묻고 살아온 세월이 떨어진다.

흩어져 내리는 메마른 낙엽은
기약 할 수 없는 시간을 던져주고
떠나면 두번 다시 오지 않을
먼 기억의 저편 가을 속으로 걸어간다.

손꼽아 헤아려 맞이하는
내 생일 같은 계절의 흔적속에
어제가 오늘이 되어 돌아 앉아
보내 버린 세월의 아쉬움이 흐르고

부드럽던 대륙의 바람은
어느듯 까치르한 차가움으로 휑 하니 불어와
깊숙한 내 호주머니 속에서
겨울 이야기를 노래하며

내 마흔 여섯해 가을 열병이
채 아물기도 전에 가을속으로 사라진다.

땅거미 내리고 딸랑이는 바람을
가지끝에 매단채 싸늘히 식어가는 저녁놀을 따라
덧없는 인생의 씁쓸한 뒷 모습
차마 볼 수 없어 황망히 고개를 넘어간다.

화려한 고운 빛
으스름한 노을 속에 질때
등 떠 밀리듯 갈 수 밖에 없어
한 줌의 바람에도 몸을 가누지 못하고
사각 사각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 옮겨
낙엽지는 가을속으로 걸어간다.
 

- 2005.11.10. 나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