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essay
기억의 집...최승자
hanulche
2015. 1. 25. 15:05
기억의 집...최승자 그 많은 좌측과 우측을 돌아 나는 약속의 땅에 다다르지 못했다. 도처에서 물과 바람이 새는 허공의 방에 누워, "내게 다오, 그 증오의 손길을, 복수의 꽃잎을" 노래하던 그 여자도 오래 전에 재가 되어 부스러져내렸다. 그리하여, 이것은 무엇인가. 내 운명인가, 나의 꿈인가, 운명이란 스스로 꾸는 꿈의 다른 이름인가. 기억의 집에는 늘 불안한 바람이 삐걱이고 기억의 집에는 늘 불요불급한 슬픔의 세간들이 넘치고, 살아 있음에 내 나날 위에 무엇을 쓸 것인가. 무엇을 더 보태고 무엇을 더 빼야 할 것인가. 자세히 보면 고요히 흔들리는 벽, 더 자세히 보면 고요히 갈라지는 벽, 그 속에서 소리 없이 살고 있는 이들의 그림자, 혹은 긴 한숨 소리. 무엇을 더 보내고 무엇을 더 빼야 할 것인가. 일찍이 나 그들 중의 하나였으며 지금도 하나이지만, 잠시 눈 감으면 다시 닫히는 벽, 다시 갇히는 사람들, 갇히는 것은 나이지만, 벽의 안쪽도 벽, 벽의 바깥도 벽이지만. 내가 바라보는 이 세계 벽이 꾸는 꿈. 저무는 어디선가 굶주린 그리운 눈동자들이 피어나도 한평생의 꿈이 먼 별처럼 결빙해가는 창가에서 나는 다시 한번 아버지의 나라 그 물빛 흔들리는 강가에 다다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