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이신 예수님께...이해인
나무이신 예수님
당신을 닮기 위해
당신 곁에 섰습니다
사계절 내내 함께한 그 세월을
아직은 기쁨만으로 소리쳐
노래할 수 없기에
변함 없는 하늘빛 고요를
제 마음에 담습니다
가장 사랑하는 이들로부터
배반당하는 슬픔
피 흘리는 고통이 두려운 저는
당신 앞에 늘 송구할 뿐입니다
십자가의 침묵을
알아듣게 해 주십시오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날마다 새롭게
부활의 새벽을 맞게 해 주십시오
당신처럼 사랑이 깊지 못해
죽을 준비가 덜 된 저는
아직도 환히 웃을 수가 없지만
그래도 분명한 것은
제가 오직 당신을 닮으려고
잠들지 못하는 나무로
오래 오래 서 있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