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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사랑한다 ...강은교

hanulche 2015. 1. 24. 13:39

 

 

 

 

 
 
너를 사랑한다 ...강은교 


그땐 몰랐다 
빈 의자는 누굴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의자의 이마가 저렇게 반들반들해진 것을 보게 
의자의 다리가 저렇게 흠집 많아진 것을 보게 
그땐 그걸 몰랐다 

신발들이 저 길을 완성한다는 것을 
저 신발의 속가슴을 보게 
거무뎅뎅한 그림자 하나 이때껏 거기 쭈그리고 앉아 
빛을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게 
그땐 몰랐다 

사과의 뺨이 저렇게 빨간 것은 
바람의 허벅지를 만졌기 때문이라는 것을 
꽃 속에 꽃이 있는 줄은 몰랐다 
일몰의 새떼들, 
일출의 목덜미를 
핥고 있는 줄을 몰랐다 

꽃 밖에 꽃이 있는 줄 알았다 
일출의 눈초리는 
일몰의 눈초리를 흘기고 있는 줄 알았다 

시계 속에 시간이 있는 줄 알았다 
희망 속에 희망이 있는 줄 알았다 

아, 그때는 그걸 몰랐다 
희망은 절망의 희망인 것을 
절망의 방에서 나간 희망의 어깻살은 
한없이 통통하다는 것을 

너를 사랑한다. 
 


 

 


사랑과 그리움으로 듣는 아름다운 뉴에이지 연주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