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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두리
hanulche
2015. 3. 4. 18:29
하루걸러 눈이 내립니다.
이제껏 오십 평생을 살아오면서
올해처럼 눈을 많이 본 경험도 없지 싶습니다.
아니
어쩌면 오십 평생 본 눈을
올 한해 본 눈보다도 못하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이곳은 산골 700고지의 산자락에
있는 전원주택단지입니다.
도회지의 샐러리맨들의 로망이기도 한 전원생활
말이 좋아 전원생활이지
도회지 생활하던 내 삶의 일상들이
하루아침에
이곳의 환경에 적응하기란 싶지가 않네요.
이사와 처음에는 맑은 공기와
번잡한 도회지의 각종 소음과 환경을
떠난 생활이라 아주 좋아라 했었지요.
그러나
그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무작정 온 것은 아니지만
시작부터 겨울을 첫 계절로 맞이하고 보니
여러 가지 부딪히는 한계는
경험하지 못한 나로서는 버거운 일상이었습니다.
그러나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이제 5개월이 되었습니다.
이곳 생활에도
어느 정도 익숙해 져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10월인데도
아파트생활만 하던 저로서는
추위가 제일 문제가 되었습니다.
겨울에 태어났지만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라
늘 겨울을 별로 좋아라 하지 않았습니다.
겨울은 부자들에게나 좋은 계절이라고
가난한 사람들은 힘든 것이 겨울이라고
늘 고정관념을 가지고 살아왔던 저로서는
이 겨울이 힘이 들 수밖에 없었나 봅니다.
눈이 내리면
일단 고립되어
아무 곳도 나갈 수 없는 현실이며
무엇하나 생필품을 살려고 해도
10km 이상이나 나가야 살 수 있으니
불편한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수돗물 사정도 그다지 좋지 않아
처음에는 동파되어 그런 줄 알았습니다만
알고 보니 겨울 가뭄으로
수량이 부족하여 그렇다고 하네요.
처음에는
이런 일 저런 일로 참으로 적응이 되지 않아
괜스레 이곳에 왔다는 후회를 많이 했었습니다.
그래도 4계절은 겪어보고 이야기하자고
스스로을 위로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루하루 살다 보니
이제 추위도 적응되고
많이 내리는 눈에도
무덤덤한 느낌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꽃피는 봄이 오면
좋은 날들로 가득하리라는 희망도 있고
그런 희망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월요일에
커피 로스터에 원두커피를 주문하였는데
어제 눈이 와서 택배가 오지 못하는 줄 알았습니다.
화요일 받아야 할 커피가 오늘도 못 오면
내일이면 오겠지 하고 포기하고 있는데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나가보니
반갑게도 택배가 도착하였습니다.
내일은
원주로 볼일이 있어
한 달 만에 외출을 해야 합니다.
그동안 미루어 왔던 생필품과 부식 등도
준비하여야 하고 모처럼 사우나도 가고
머리도 깎고 해야겠습니다.
겨울날 산골에서
벽난로 앞에서 뜨거운 커피 마시며
음악 듣고 낭만적인 시간도 물론 있지요.
그러나
삶은 그런 낭만의 여유만으로 살 수 없다는 것이고
그것도 어쩌다 여유롭게 느낄 때
참 낭만의 느낌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물론
더 좋은 일
더 행복한 일도 많지만
그중에 한 두 가지의 불편함이
더 많은 행복을 희석해 버리는 것이 문제라면
욕심 많은 사람이라고 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