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essay
류시화 시모음
hanulche
2015. 4. 30. 06:16
개별꽃(산행중에서)
전화를 걸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사람에게...류시화
당신은 마치 외로운 새 같다
긴 말을 늘어놓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당신은 한겨울의 저수지에 가 보았는가
그곳에는 침묵이 있다.
억새풀 줄기에
마지막 집을 짓는 곤충의 눈에도 침묵이 있다.
그러나 당신의 침묵은 다르다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누구도
말할 수 없는 법
누구도 요구할 수 없는 삶
그렇다, 나 또한 갑자기 어떤
깨달음을 얻곤 했었다 그러나 그것들은 정작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생각해 보라, 당신도 한때 사랑을 했었다.
그때 당신은 머리 속에 불이 났었다.
하지만 지금 당신은 외롭다
당신은 생의 저편에 서 있다.
그 그림자가 지평선을 넘어 전화선을 타고
내 집 지붕 위에 길게 드리워진다..
굴뚝 속에는 더 이상 굴뚝새가 살지 않는다...류시화
입을 벌리고 잠을 자는 것은
인간뿐
삶이 그만큼 피곤하기 때문이다
굴뚝 속에는 더 이상
굴뚝새가 살지 않는다
보라, 삶을
굴뚝새가 사라진 삶을
모든 것이 사라진 다음에
오직 인간만이 남으리라
대지 위에
입을 벌리고 잠든 인간만이
소금별...류시화
소금별에 사는 사람들은
눈물을 흘릴 수 없네
눈물을 흘리면
소금별이 녹아 버리기 때문
소금별 사람들은
눈물을 감추려고 자꾸만
눈을 깜박이네
소금별이 더 많이 반짝이는 건
그 때문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