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essay

마음마을 / 천상병

hanulche 2015. 1. 26. 12:46

 

 

 
 
 

 

 
 
마음마을 / 천상병


내 마음의 마을을 
구천동(九千洞)이라 부른다. 
내가 천씨요 구천(九千)만큼 
복잡다단한 동네다. 

비록 동네지만 
경상남도보다 더 넓고 
서울특별시도 될 만하고 
또 아주 조그만 동네밖에 안 될 때도 있다. 

뉴욕의 마천루(摩天樓)같은 
고층건물이 있는가 하면 
초가지붕도 있고 
태고시대(太古時代)의 동굴도 있다. 

이 마을 하늘에는 
사시장철 새가 날아다니고 
그렇지 않을 때는 흰구름이 왕창 덮인다. 

이 마을 법률은 
양심이 있을 뿐이고 
재판소 따위로는 
양심법 재판소밖에는 없다. 

여러가지로 지적하려면 
만자(萬字)도 모자란다 
복잡하고 복잡한 이 마음 마을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