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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한 사람아!

hanulche 2015. 4. 10. 19:10

 

 

 
 
 
사진은 가만 앉아서 담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꽃이 피지 않는다. 

꽃이 없다. 투덜대며 더디 오는 봄에 대해 원망만 한다. 벌써 매스컴을 통한
꽃들이 만개하여 지천으로 꽃 사태가 났다는데 그 꽃이 이제 지기까지 하도록 나는 꽃 사진 한 장 담아 보지 못하고 보내고 있다. 그저께 잠깐
볼일이 있어 평창 읍내에 나갔다가
깨달았다. 움직이지 않고
가만 앉아서 꽃을 담으려 드니 꽃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라는 것을 ........... 평창읍 내의 집집이
담장을 넘는 백목련, 자목련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고
울타리마다 산수유, 개나리까지 활짝들 피어 있었는데
나는 봄이 더디 온다고 투덜대며
가만 앉아서 꽃 사진을 담으려 했던 것이다. 사실 집 주위엔
자작나무숲과 낙엽송으로 꽃을 찾아볼 수가 없다.

남부지방의 야산만 생각하고
이때 즘이면 진달래도 산수유도

흐드러지게 피고도 남을 시기인데
아마 이곳은 중부 산간지방이라 
아직 때가 이른 것인가 했었다.
주위를 조금만 나서도
온갖 이름 모를 꽃들도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데....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맞이하는 봄이라

아직은 이곳의 계절감각에 낯설고
지리에 익숙지 않은 탓일까.

아니면 게으른 탓일까,
생각해 본다.

꽃은 그곳에 이미 피고 지는데
너는 꽃이 다가오기를
기다리는 어리석은 사람아!

나비와 벌이 꽃을 찾듯
사람인 내가 찾아다녀야 한다는 것을
미련스럽게
기다림으로 일관했으니 .......

오호통재라!
봄은 저만치 다 지나가고 있고
꽃은 이미 세월을 보내고 지고 있네.

내일은 산행을 하면서
꽃을 찾아 나서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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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신동엽
         


봄은
남해에서도 북녘에서도
오지 않는다.

너그럽고
빛나는
봄의 그 눈짓은
제주에서 두만까지
우리가 디딘
아름다운 논밭에서 움튼다.

겨울은,
바다와 대륙 밖에서
그 매운 눈보라 몰고 왔지만
이제 올
너그러운 봄은, 삼천리 마을마다
우리들 가슴 속에서
움트리라.

움터서,
강산을 덮은 그 미움의 쇠붙이들
눈 녹이듯 흐물흐물
녹여 버리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