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essay
바람처럼 살다가는 게 좋아/ 묵연
hanulche
2015. 1. 30. 20:41
바람처럼 살다가는 게 좋아/ 묵연
바람처럼 살다가는 게 좋아
뭘 그렇게 고민하는거니?
만남의 기쁨이건
이별의 슬픔이건
다 한순간이야.
사랑이 아무리 깊어도
산들바람이고
오해가 아무리 커도
비바람이야.
외로움이 아무리 지독해도
눈보라일 뿐이야.
폭풍이 아무리 세도 지난 뒤엔
고요하듯
아무리 지극한 사연도 지난 뒤엔
쓸쓸한 바람만 맴돌지.
다 바람이야.
이 세상에 온 것도 바람처럼
온다고.
이 육신을 버리는 것도 바람처럼
사라지는 거야.
가을 바람 불어 곱게 물든 잎들을
떨어 뜨리 듯 덧없는 바람 불어
모든 사연을 공허하게 하지.
어차피 바람뿐인 걸 굳이 무얼
아파하며 번민하리.
결국 잡히지 않는 게 삶인 걸
애써 무얼 집착하리.
다 바람인거야. 그러나 바람 그 자체는
늘 신선하지.
상큼하고 새큼한 새벽바람 맞으며
바럼처럼 가벼운 걸음으로
바람처럼 살다 가는 게 좋아
- 묵연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