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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가을인가?

hanulche 2015. 8. 18. 16:56







안개 없는 아침을
정말 오랜만에 맞이하여 봅니다.
고지가 높아서 그런지 늘
아침 안개로 시작하는 산골마을에
웬일인지 오늘 아침엔
안개가 하나도 없는 그런 아침입니다.
어제 가지 못한 트래킹을
오늘은 의무적으로 가야 하듯
얼굴에 선크림을 바르고
주섬주섬 트래킹 준비를 하여 길을 떠납니다.


환한 태양빛이 그 모습을 들어 낼 듯 말 듯
붉은 태양빛은
하늘 가장자리를 붉게 물들이고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오늘의 날씨를 예상하게 합니다.
이제 여름이 저 만치 물러가는 듯
이내 숲은 가을 준비를 들어간 듯 느껴집니다.
한창 흐드러지게 피었던 여름 꽃도 시들하게
그 자취를 감추어 가고
다음 주인에게 자리를 물려주듯 무성했던 생을
마감하는 흔적이 여기저기 보입니다.


한 철을 보내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던
매미들의 울음소리는 아쉬움을 토해내듯
애처롭기까지 처량하게 울어 대고
길섶의 뀌뚜라미소리도 간간이 깊어가는
계절의 향기를 느끼게 해 줍니다.


하루 쉬은 탓인지 발걸음이 왠지 무겁게 느껴집니다.
온몸에 흘러내리던 땀도 계절이 바뀜을 아는지
그다지 느껴지지 않고 드러난 팔뚝에
차가움마저 깃드는듯합니다.

운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아는 지인한테서 전화 한 통이 왔습니다.
이른 아침에 전화를
무슨 일인가 하여 전화를 받았더니
어젯밤 꿈속에 내가 혼자서 울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면서 행여 무슨 일이 있는지 하고 궁금하여
전화를 했다고 합니다.
어쨌든 누군가 나에게 관심을 가져 준다는 것에
감사를 느끼며 별일 없이 잘 지내고 있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돌아와 샤워를 하고 나니 세상이 새롭게 보입니다.
늘 느끼는 일이지만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입니다.
약 4~5시간의 트래킹을 마치고 돌아와
흐르는 땀을 차가운 냉수로 샤워를 하고 나면
세상에 부러울 것이 하나도 없는 그런 행복감에 젖습니다.
간단하게 아침 겸 점심을 챙겨 먹고
온 집안의 문이란 문은 죄다 열어 자연의 바람으로
집안을 가득 채웁니다.
앞 마당 테크 위에 파라솔을 치고
노트북과 음료를 준비하여 음악 틀어
나의 하루를 이렇게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