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essay

불취불귀, 허수경

hanulche 2016. 5. 17. 17:04










어느 해 봄 그날 술자리였던가
그 때 햇살이 쏟아졌던가
와르르 무너지며 햇살 아래 헝클어져 있었던가 아닌가
다만 마음을 놓아보낸 기억은 없다
 
마음들끼리는 서로 마주보았던가 아니었는가
팔 없이 안을 수 있는 것이 있어
너를 안았던가
너는 경계없는 봄 그늘이었는가
마음은 길을 잃고
저 혼자 몽생취사하길 바랐으나
가는 것이 문제였던가, 그래서
갔던 길마저 헝클어뜨리며 왔는가 마음아
 
나 마음을 보내지 않았다
더는 취하지 않아
갈 수도 올 수도 없는 길이
날 묶어 더 이상 안녕하기를 원하지도 않았으나
더 이상 안녕하지도 않았다
 
봄 그늘 아래 얼굴을 묻고
나 울었던가
울기를 그만두고 다시 걸었던가
나 마음을 놓아보낸 기억만 없다

 

 

 

불취불귀, 허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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