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essay

빈손 / 이문주

hanulche 2015. 1. 25. 14:47

 

 


 

 

 
 
 
빈손 / 이문주

누군가를 기다렸지요 
메마른 대지에 쏟아지는 
소낙비 같은 기다림을 
가슴에 품고 살아 왔습니다 

푸른 하늘도 
늘 서글픔으로 바라 보면서 
흐리더라도 차라리 
포근한 구름을 가지려 했습니다 

무심한 계절을 수 없이 돌고 돌아 
사랑하기엔 조금 두렵지만 
내 안에 담을 수 있는 
누군가를 만났습니다 

그대가 기다린 사람이 아닐지라도 
내 앞에 서성이는 행복은 
분명 그대라는 사람이었습니다 

이제 그대의 열린 마음속으로 
나를 던져 넣고 싶습니다 

빈손입니다 
내가 가진 건 
슬픔이 묻어나는 가슴 뿐이고 
떠나가지 않는 가난 뿐입니다 

움직일 수도 없을 만큼 
무겁고 힘든 나의 삶을 
그대 안에 내려 놓기에 미안하지만 
그대의 아름다운 마음이라야 

남아 있는 나의 삶이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아 
두렵지만 
그대에게 머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