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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길 / 도 종 환

hanulche 2015. 1. 24. 10:24

 

 



 

 

 
 
 
 
 
사랑의 길 / 도 종 환 


나는 처음 당신의 말을 사랑하였지 
당신의 물빛 웃음을 사랑하였고 
당신의 아름다움을 사랑하였지 

당신을 기다리고 섰으면 
강 끝에서 나뭇잎 냄새가 밀려오고 
바람이 조금만 빨리 와도 
내 몸은 나뭇잎 소리를 내며 떨렸었지 

몇 차례 겨울이 오고 가을이 가는 동안 
우리도 남들처럼 
아이들이 크고 여름 숲은 깊었는데 
뜻밖에 어둡고 큰 강물 밀리어 넘쳐 
다가갈 수 없는 큰물 너머로 
영영 갈라져버린 뒤론... 
당신으로 인한 
가슴 아픔과 쓰라림을 사랑하였지 
눈물 한 방울까지 사랑하였지... 
우리 서로 
나누어 가져야 할 깊은 고통도 사랑하였고 
당신으로 인한 비어있음과... 
길고도 오랠 가시밭길도 사랑하게 되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