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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합니다 / 김남조

hanulche 2015. 1. 24. 11:14

 

 


 

 
 
사랑합니다 / 김남조
     

가시 돋친 
그러나 눈부신 장미의 관(冠)입니다 
얼마나 사무쳤으면 
이 가파로운 천인(千?)의 준령을 
그 이름 섬기려 왔겠습니까 

샘물이 잠잠히 고이듯 
외따른 숲그늘네 소리없이 지운 
허구헌 날의 
눈물 

당신으로 인해 
슬픔도 이처럼 현란하고 
당신으로 인해 
쓸쓸함도 느껴워 간절하거니 
당신으로 인해 
부디 나의 이름이 
쓸모있게 하십시오 

당신은 
내 영혼에 열린 
최초의 창문 
내 눈이 바라보는 
최초의 새벽 

잊으려던 마음은 
오히려 더 못잊는 마음인 줄을 
그리운 당신은 아셨는지요 
눈보라 산허리를 치고 
빙실(氷室)의 인어(人魚)들 더욱 해심(海心)으로 
돌아눕던 밤 

불시에 백만의 별들이 솟고 
별빛 아래 돌아와 
내 눈빛을 살피시면 당신은 
한 줄기 금이 간 
아픈 거울이기도 했습니다 
달밤엔 달빛에 부서지고 
바다의 물결도 깨어져 비치건만 
그러나 여전히 
내 사랑의 사람 

곱디 고운 
길 하나의 베퍼 주십시오 
푸르른 초원(草原)을 함께 가고 
함께 넘으리니 

당신을 사랑합니다 




 

Armik - Cartas de Am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