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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일이 쓸쓸해질 때... 유인숙

hanulche 2015. 1. 24. 13:53

 

 



 

 
 

살아가는 일이 쓸쓸해질 때... 유인숙


어느 날, 
마음 한가득 바람이 일어 
낙엽 지는 거리로 나서면 
벌거벗은 채 온 몸을 던져 
습한 대지 위에 드러눕는 
나뭇잎 하나를 만날 수 있다 
이따금, 
살아가는 일이 쓸쓸해질 때나 
누군가와 마음을 터 놓고 
한동안 긴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때 
땅 위에 처연하게 나뒹구는 나뭇잎을 보며 
고독한 가슴을 쓸어보리라 
빛 바랜 낙엽은 말이 없어도 
서로를 부둥켜안고 
가만 가만히 
귓속말로 유전遺傳을 전해 주는 걸 
마음으로 깨달아 알 수 있으리라 
한 생을 살다 문드러진 몸 
그대로 누워 흙으로 돌아가는 날 
나뭇잎은 삶을 이루었다 말하니 
이따금, 
살아가는 일이 쓸쓸해질 때 
낙엽 지는 거리로 나서면 
다음 세대를 위해 빈자리 마련하는 
나뭇잎 하나를 만날 수 있다.





섬세하고 절제된 피아노의 아름다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