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essay

새 / 천상병

hanulche 2015. 1. 26. 12:53

 

 

 
 

 

 
새 / 천상병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을 
내 영혼의 빈 터에 
새 날이 와, 새가 울고 꽃잎 필 때는 
내가 죽는 날, 
그 다음 날. 



산다는 것과 
아름다운 것과 
사랑한다는 것과의 노래가 
한창인 때에 
나는 도랑과 나뭇가지에 앉은 
한 마리 새. 

정감에 그득찬 계절, 
슬픔과 기쁨의 주일(週日), 
알고 모르고 잊고 하는 사이에 
새여 너는 
낡은 목청을 뽑아라. 

살아서 
좋은 일도 있었다고 
나쁜 일도 있었다고 
그렇게 우는 한 마리 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