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essay

생 명 ... 김남조

hanulche 2015. 9. 28. 16:16












생 명 ... 김남조


                                      
                      

생명은
추운 몸으로 온다

벌거벗고 언 땅에 꽂혀 자라는
초록의 겨울보리,
생명의 어머니도
먼 곳, 추운 몸으로 왔다

진실도
부서지고 불에 타면서 온다
버려지고 피 흘리면서 온다

겨울 나무들을 보라
추위의 면도날로 제 몸을 다듬는다
잎은 떨어져 먼 날의 섭리에 불려 가고
줄기는 이렇듯이
충전 부싯돌임을 보라

금가고 일그러진 걸 사랑할 줄 모르는 이는
친구가 아니다
상한 살을 헤집고 입맞출 줄 모르는 이는
친구가 아니다

생명은
추운 몸으로 온다

열두 대문 다 지나온 추위로
하얗게 드러눕는
함박눈 눈송이로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