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essay

숲길... 곽재구

hanulche 2015. 1. 25. 12:40

 

 

 

 
 
 
 
숲길... 곽재구

 
숲은 
나와 함께 걸어갔다

비가 내리고
우산이 없는 내게
숲은 비옷이 되어주었다

아주 천천히
나의 전생이 젖어드는 것을 느꼈다

숲의 나무들은
자신들의 먼 여행에 대해
순례자에게 얘기하는 법이 없었다

세상의 길 어딘가에서
만년필을 잃은 아이가 울고 있을 때
울지 말라며 아이보다 많은 눈물을 흘려주었다

 목적지를 찾지도 못한 내가
눈보라 속에 돌아올 때도

숲은 
나와 함께 걸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