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essay
신경숙 / 소설 깊은 슬픔 중
hanulche
2018. 5. 14. 15:36
내가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냐? 네가 말해 봐.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
전화 한다고 했으면 전화해줘.
...... 뭐?
전화를 하겠다고 하고선 전화를 못 받고 몇 시간이 지나면 나는 그대로 죽는 거 같아.
알아? 벨이 잘못 놓였나, 들었다 놔보고 혹시 벨소리를 듣지 못하게 될까봐 소리나는 일을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한번은 어쨌는 줄 알어?
전화를 기다리는데 오로지 전화 벨 소리를 기다리는데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는 거야.
그래서 냉장고 플러그를 빼 놓았지.
너를 기다리는 동안은 다른 일은 조금도 할 수가 없어.
벨이 울렸는데 네가 아니면 너무나 낙담을 해서 전화를 한 사람을 경멸하고 싶은 심정이야.
난 그래.
그렇게 되어버렸어. 난 그렇게 되어버렸지.
너에 의해 죽고 싶고 너에 의해 살고 싶게 되어버렸지.
신경숙 / 소설 깊은 슬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