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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편지 /정호승

hanulche 2015. 1. 26. 10:08

 

 

 
 

 

 
 
 
쓸쓸한 편지 


오늘도 삶을 생각하기보다 
죽음을 먼저 생각하게 될까봐 두려워라 

세상이 나를 버릴 때마다 
세상을 버리지 않고 살아온 나는 

아침햇살에 내 인생이 따뜻해질 때까지 
잠시 나그네새의 집에서 잠들기로 했다 

솔바람소리 그친 뒤에도 살아가노라면 
사랑도 패배할 때가 있는 법이다 

마른 잎새들 사이로 
얼굴을 파묻고 내가 울던 날 
싸리나무 사이로 어리던 너의 얼굴 

이제는 비가 와도 
마음이 젖지 않고 

인생도 깊어지면 
때때로 머물 곳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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