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essay

얼굴 / 박인환

hanulche 2015. 1. 24. 11:22

 

 

 
 

 

 
 
얼굴 / 박인환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기를 꽂고 산들 무얼 하나 
꽃이 내가 아니듯 내가 꽃이 될 수 없는 지금 
물빛 몸매를 감은 
한 마리 외로운 학으로 산들 무얼 하나 

사랑하기 이전부터 
기다림을 배워버린 습성으로 인해 
온밤 내 비가 내리고 
이젠 내 얼굴에도 강물이 흐른다 

가슴에 돌단을 쌓고 손 흔들던 기억보단 
간절한 것은 보고 싶다는 단 한 마디 

먼지 나는 골목을 돌아서다가 
언뜻 만나서 스쳐간 바람처럼 
쉽게 헤어져버린 얼굴이 아닌 다음에야 

신기루의 이야기도 아니고 
하늘을 돌아 떨어진 별의 이야기도 아니고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