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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엽서 / 이외수

hanulche 2015. 1. 25. 21:52

 

 

 
 
 

 

 
여름엽서 / 이외수

오늘같은 날은 
문득 사는 일이 별스럽지 않구나 
우리는 까닭도 없이 
싸우고만 살아왔네
 
그 동안 하늘 가득 별들이 깔리고 
물 소리 저만 혼자 자욱한 밤 
깊이 생각지 않아도 나는 
외롭거니 그믐밤에도 더욱 외롭거니
 
우리가 비록 물 마른 개울가에 
달맞이꽃으로 혼자 피어도 
사실은 혼자이지 않았음을 
오늘 같은 날은 알겠구나
 
낮잠에서 깨어나 
그대 엽서 한 장을 나는 읽노라 
사랑이란 
저울로도 자로도 잴 수 없는 
손바닥 만한 엽서 한장
 
그 속에 보고 싶다는 
말 한 마디 
말 한 마디만으로도 
내 뼛속 가득 
떠오르는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