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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또 하루

hanulche 2015. 8. 21. 15:59

















토닥토닥
떨어지는 빗소리에 눈을 떴다.
물안개 자욱이 산허리를 감싸고
온갖 물상들은 고요한 침묵 속
수중의 세계 속에 갇혀있다.
풋풋한 풀 내음이 코 끝에 와 닿고
싫지 않은 풀잎을 씻은 물비린내 허공중에 가득하다.


깊어깊어 이제 그 끝자락을 보이는 듯
여름이 저만치 물러가는 뒷모습이 애처롭다.
무던히도 뜨거웠던 계절이
제풀에 꺾여 슬그머니 그 자리를
또 다른 계절에게 넘겨줘야 할 시간
비가 그 시간을 재촉하고 있다.
감사와 고마움의 인사를 건네며
나도 또 다른 계절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하나보다.


뜰아래 곱게 핀 벌개미취의 보랏빛이
유난히 빛을 발하며 절정을 이룬다.
단비에 곱게 분단장을 한 듯 한 고운 자태
영롱한 물기 가득 머금고 떠나는 계절을 채비한다.
수취인 불명의 소식은 붉은 우체통에
차곡차곡 채워지고 기약 없는
그대 모습만 상실의 계절 앞에 선다.






--- 오늘 또 하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