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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지붕밑에 하늘다람쥐가 살아요.
hanulche
2015. 5. 27. 20:47

작년 10월 이곳에 이사 오기 전에
기존사시던 분이 나가고 집수리한다고
며칠을 이곳에서 머물러 잠을 잤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에 2층 침실 방충망에
무엇인가 후다닥 매달려있는 다람쥐를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그런데 그 다람쥐가
천연기념물 328호로 지정된 하늘다람쥐였다.
그 다음날 전에 사시던 분이
이 집을 직접 건축하셨고 하여
또 그분에게 집수리를 의뢰하여
집 수리를 하러 오셔서 이만저만하고
아침에 하늘다람쥐 때문에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고 하니
종종 이곳에 나타난다 고 하였다.
그때는 그래서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겼는데
이사를 오고 얼마 되지 않아
2층 침실에서 잠을 자고 있는데
천장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
이상하다 생각하여 가만히 귀를 기울여 보니
천장에 무엇인가 사는 것 같았다.
쥐들인 것 같아서 깜짝 놀랐고
옛날 시골집에서 어쩌다가 천장에
쥐가 있는 집을 보긴 했지만
요즘 집에도 쥐가 있나 하고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 뒤 부터 새벽이면 쥐들이 난리가 아니었다.
우르르 몰려가고 몰려오고
그것도 꼭 새벽 3시~4시 사이에
야단을 피우는 통에 사람이 미칠 것만 같았다.
인터넷을 통하여 쥐를 어떻게 할 방법이
없는지를 확인하여 보니
초음파기를 설치하면 된다고 하여
초음파기를 구매하여 설치하였다.
얼마간은 조금 조용한 듯하더니
시간이 지나면서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도대체 쥐들이 어디로 들어가고 나오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고 건축한 사람에게 물어보니
쥐가 들어갈 구멍은 없다는 것이다.
집 주변을 아무리 둘러보아도
마땅히 들어갈 곳이 없는데
어떻게 천장으로 들어갔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점점 갈수록 신경 써 이고
무엇보다도
쥐들이 배설해 놓은 배설물들을 생각하면
앞으로 어떻게 될까 봐 걱정이 되기 시작하였다.
할 수 없이 세스코라는 방역업체를 통하여
무료진단을 받고 세스코에서 나와 시료를 수집하여 갔다.
그리고 며칠 후 배설물 사진을 검토한 결과
쥐가 아니라 박쥐인 것 같다고 한다.
그러면서 한번 새벽이나 저녁에
지붕 위를 잘 관찰해 보라고 한다.
그래서 하루는 새벽 2시에 일어나
한 시간을 지붕을 바라보고 있는데
3시 30분쯤 정말 박쥐인듯한 것이
집 옆 나무위에서 지붕으로 날아 내려앉는 것을 보았다.
어떻게 해야 하나 참으로 대략난감한 사태가 벌어졌다.
세스코에 연락하여 어떻게 하면 되겠냐고 했더니
박쥐라 자기들 팀장님과 상의 하고 연락을 주겠다고
하고는 아직까지 연락이 없다.
갑갑한 마음에 내가 방법을 생각한 것은
바퀴탄인가 하는 바퀴잡는 연막탄을
지붕 밑에 터트려 쫓아내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어제 이불빨래를 하려고 세탁실에 있는 세탁기에
세탁물을 넣다가 옆집 뒷벽을 타고
지붕으로 올라가는 다람쥐 한 마리를 보았다.
그것도 날개가 달린 하늘다람쥐였는데
바닥에서 지붕 가까이 까지 기어 올라가다가
갑자기 방향을 틀어 내가 있는 쪽으로 날아
세탁실 옆 측백나무 위에 앉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정상이 아닌 듯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 손을 내밀어 보니 꼼짝도 하지 않고
왕방울만 한 눈만 껌벅거리고 있다.
순간 내 머릿속에 스치고 지나가는 느낌이
이 녀석이 내가 박쥐들 먹으라고 지붕 위에 던져 놓은
쥐약을 먹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너무나 불쌍하고 안쓰러워 마음이 불편하였다.
이내 다람쥐는 우리 집 현관 바닥에 내려앉더니
다시 마당 옆 낙엽송 나무 위로 기어 올라간다.
거진 꼭대기까지 올라가서는
몇 시간이 되도록 꼼짝을 하지 않는다.
일단 지켜보기로 하고 생각해 보니
그럼 지붕 밑에 살고 있다고 믿고 있는 박쥐가
혹시 하늘다람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새벽 3시에 어둑한 날이 채 환하지 않은 상태에서
나무 위에서 날아 내려앉는 형체만 봤을 뿐
정확하게 박쥐라는 것을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늘 하늘다람쥐가 우리 집 현관 마룻바닥에
내려앉는 순간에 나는 소리가
새벽마다 지붕 위에 내려앉는 소리와
너무나 흡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녁 8시가 되어
어둑어둑 어둠이 몰려오는 시간
지붕 위를 유심히 지켜보았더니
정말 아닌 게 아니라 박쥐가 아니라
하늘다람쥐가 지붕 위에서 날아 숲으로 내려앉는 것이다.
하늘다람쥐도 박쥐와 똑같이 야행성 동물이고
낮에는 낮잠을 자고 밤에 활동을 한다고 한다.
그리고 박쥐처럼 겨울에는 동면을 하는 동물이라고
인터넷 검색 결과를 보로 놀라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