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essay

9월...이외수

hanulche 2015. 9. 2. 18:28










9월...이외수

 

 

가을이 오면

그대 기다리는 일상을 접어야겠네

가을역 투명한 햇살 속에서

잘디잔 이파리마다 황금빛 몸살을 앓는

탱자나무 울타리

기다림은 사랑보다 더 깊은 아픔으로 밀려드나니

그대 이름 지우고

종일토록 내 마음 눈시린 하늘 저 멀리

가벼운 새? 구름 한 자락으로나 걸어 두겠네
















9월의 시...문병란

 

9월이 오면

해변에선 벌써

이별이 시작된다

 

나무들은 모두

무성한 여름을 벗고

제자리에 돌아와

호올로 선다

 

누군가 먼길 떠나는 준비를 하는

저녁, 가로수들은 일렬로 서서

기도를 마친 여인처럼

고개를 떨군다

 

울타리에 매달려

전별을 고하던 나팔꽃도

때묻은 손수건을 흔들고

플라타너스 넓은 잎들은

무성했던 여름 허영의 옷을 벗는다

 

후회는 이미 늦어버린 시간

먼 항구에선

벌써 이별이 시작되고

준비되지 않은 마음

눈물에 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