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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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꽃이다 / 도종환Photoessay 2020. 6. 16. 12:42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 / 도종환] 그대 힘겨워하지 마세요, 그대의 모습이 다른이에게 힘이 되고 있습니다. 힘겨움을 이기지 않고 아름답게 거듭나는 것은 없습니다. 작은꽃 한송이도 땡볕과 어두움과 비바람을 똑같이 견딥니다. 마을 어귀의 팽나무와 느티나무가 견디는 비와 바람을 채송화와 분꽃도 똑같이 견딥니다. 그대 거기 있다고 외로워 하지 마세요. 살아있는 것 중에 외롭지 않은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들판의 미루나무는 늘 들판 한 가운데서 외롭고 산비탈의 백양 나무는 산 비탈에서 외롭습니다. 노루는 노루대로 제 동굴에서 외롭게 밤을 지새고 다람쥐는 다람쥐 대로 외롭게 잠을 청합니다. 여럿이 어울려 흔들리는 들풀도 다 저 혼자씩은 외롭습니다. 제 목숨과 함께 외롭습니다. 모두들 세상에 나와 혼자 먼길을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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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다가가고 싶었지만 / 이정하Photoessay 2020. 6. 16. 12:36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지만 / 이정하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지만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습니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면 다가가는 만큼 그대가 멀어질 것 같아서 가까이 다가가면 내가 다가가면 그대는 영영 떠나갈 것 같아서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습니다 그대가 떠나간 뒤, 그 상처와 그리움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서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지만 더이상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습니다 한 순간 가까웁다 영영 그대를 떠나게 하는 것보다 거리는 조금 떨어져 있지만 오래도록 그대를 바라보고 싶는 마음이 더 앞섰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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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 이정하Photoessay 2020. 5. 3. 14:39
무소유/ 이정하 서로 가슴을 주라 그러나 소유하려고는 하지 마라 그 소유하려고 하는 마음에 고통이 생기나니 추운 겨울날, 고슴도치 두 마리가 서로 사랑을 했네 추위에 떠는 상대를 보다 못해 자신의 온기만이라도 전해주려던 그들은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상처만 생긴다는 것을 알았네 안고 싶어도 안지 못했던 그들은 멀지도 않고 자신들의 몸에 난 가시에 다치지 않을 적당한 거리에 함께 서 있었네 비록 자신의 온기를 다 줄 수 없어도 그들은 서로 행복했네 사랑은 그처럼 적당한 거리에 서 있는 것이다. 멀지도 않고 가깝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에서 서로의 온기를 느끼는 것이다. 가지려고, 소유하려고 하는 데서 우리는 상처를 입는다. 나무들을 보라 그들도 서로 적당한 간격으로 떨어져 있지 않은가 함께 서 있으나 너무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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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는 길/ 이정하Photoessay 2020. 5. 3. 14:37
돌아가는 길/ 이정하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그대에게 가는 길이 아니라 그대를 돌아서 가는 길이었습니다. 갈수록 그대와 멀어지는 길. 차마 발걸음 떨어지지 않는 그 길을 나는 가고 있었습니다. 내가 왜 그대에게 가는 길을 모르겠습니까. 마음으로는 수천 번도 더 갔던 길이라 눈을 감고도 훤히 알 수 있었지만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길이었습니다 돌아보면 저만치 멀리 서 있는 당신 당신은 아시는지요? 그대에게 가지 못해 슬픈 게 아니라 그대에게 갈 수 없어 슬펐다는 것을.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빈 몸뚱어리로 그저 발만 내딛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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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의 노래 / 이정하Photoessay 2020. 5. 3. 14:34
길의 노래 / 이정하 너에게 달려가는 것보다 때로 멀찍이 서서 바라보는 것도 너를 향한 사랑이라는 것을 알겠다.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것보다 묵묵히 너의 뒷모습이 되어 주는 것도 너를 향한 더 큰 사랑인줄을 알겠다. 너로 인해 너를 알게 됨으로 내 가슴에 슬픔이 고이지 않는 날이 없었지만 네가 있어 오늘 하루도 넉넉하였음을.. 네 생각마저 접으면 어김없이 서쪽하늘을 붉게 수놓은 저녁해. 자신은 지면서도 세상의 아름다운 배경이 되어주는 그 숭고한 헌신을 보며, 내 사랑 또한 고운 빛깔로 마알갛게 번지는 저녁 해가 되고 싶었다. 마지막 가는 너의 뒷모습까지 감싸줄 수 있는 서쪽 하늘, 그 배경이 되고 싶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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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린다는 것 이정하Photoessay 2020. 5. 3. 14:33
기다린다는 것 이정하 귀향하는 열차를 기다립니다. 그래, 산다는 것은 무언가를 끊임없이 기다린다는 것. 기다린다는 것은 또한 곁에 있건 없건 그 대상에게서 눈을 떼지 않겠다는 뜻. 일의 결과를 기다리고, 해가 뜨고 지길 기다리고, 오지 않을 사람을 기다리다 끝내는 죽음마저 기다리는, 그리하여 기다리는 그 순간이 모여 우리 삶이 되질 않았던가. 그 중에서도 내 가장 소중한 기다림, 그대여. 내 인생의 역에 기차가 거짓말처럼 들어와 서고, 그대가 손을 흔들며 플랫폼으로 내려설 그 눈부신 시간을 기다리네. 기다리고 또 기다리네. 그대여, 어서 오기를. 그래서 먼 여행 끝의 피곤함을 모두 내게 누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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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에도 봄이 오면 / 김용화Photoessay 2020. 4. 28. 14:52
내 마음에도 봄이 오면 / 김용화 내 마음에도 봄이 오면 노랗고 빨간 꽃들이 지천으로 필까 파아란 하늘 아래 연한 바람이 불고 연녹색 환희로 가슴 벅찰까 오손도손 웃음 소리가 들리고 포근한 정이 보드랍게 쌓일까 내가 순수했던 어릴적엔 몰랐네 마음에도 오솔길이 있었고 마음에도 꽃길이 있었고 내가 어른이 되어서야 알았네 마음에도 겨울이 길어 찬바람 불고 마음에도 슬픔이 많아 꽃이 진다는 걸 아무래도 내일은 태양을 하나 따서 불지펴야 겠다.. 언땅을 녹이고 언마음을 녹이고 차가운 겨울 단숨에 떨쳐내고 꽃잎같은 봄 하나 만들어야 겠다.. 마음에 푸른 숲 만들며 살아야 겠다.. 꿈결같은 그 숲길 나란히 걸으며 지저귀는 새소리를 들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