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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뒤의 사랑.....오인태Photoessay 2015. 9. 13. 21:08
등 뒤의 사랑.....오인태
앞만 보며 걸어왔다
걷다가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를 일이다 고개를 돌리자
저만치 걸어가는 사람의 하얀 등이 보였다
아. 그는 내 등 뒤에서
얼마나 많은 날을 흐느껴 울었던 것일까?
그 수척한 등줄기에 상수리나무였는지
혹은 자작나무였는지 잎들의 그림자가
눈물 자국처럼 얼룩졌다
내가 이렇게 터무니없는 사랑을 좇아
끝도 보이지 않는 숲길을 앞만 보며
걸어올 때 이따금 머리 위를 서늘하게 덮으며
내가 좇던 사랑의 환영으로 어른거렸던
그 어두운 그림자는 그의 슬픔의 그늘이었을까?
때때로 발목을 적시며 걸음을 무겁게 하던
그것은 그의 눈물이었을까?
그럴 때마다 모든 숲이
파르르 떨며 흐느끼던 그것은
무너지는 오열이었을까?
미안하다 내 등 뒤의 사랑
끝내 내가 좇던 사랑은
보이지 않고 이렇게 문득 오던 길을
되돌아보게 되지만
나는 달려가 차마 그대의
등을 돌려 세울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