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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고운새는 어디에 숨었을까 중에서Bookmark 2015. 2. 8. 22:46
봄이 오면 나는 물방울무늬의 옆치마를 입고 싶다 유리창을 맑게 닦아 하늘과 나무가 잘 보이게 하고 또 하나의 창문을 마음에 달고 싶다 먼지를 털어낸 나의 창가엔 내가 좋아하는 화가가 그린 꽃밭, 구름 연못을 걸어 두고, 구석진 자리 한곳에는 앙증스런 꽃삽도 한 개 걸어 두었다가 꽃밭을 손질할 때 들고 나가야겠다 조그만 꽃삽을 들고 꽃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그 아름다운 음성에 귀를 기울이노라면 나는 멀리 봄나들이를 떠나지 않고서도 행복한 꽃 마음의 여인 부드럽고 따뜻한 봄 마음의 여인이 되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