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억이 가져간 사람 ...김석주
기억속을 걸어가다 보면
어느땐가 부터
우두커니 나를 바라보는
한사람이 있습니다
얼른 기억을 거슬러 나오려 했지만
성큼 다가온 그대는...
이미 그리움의 맨앞에 서 있습니다
무심히...
올려다본 저녁 하늘의 별이
언뜻 그대의 눈동자를 닮아
얼른 눈을감고 하늘을 지우려 했지만
채색되지 않은 세상에서
그대는 성큼 다가와...
이미 기억의 맨앞에 서 있습니다
기억이 가져간 사람...
그대는 이렇게 소리없이 건너와
며칠을 못을 박고서야 사라집니다
그리고 여지없이 시간이 되면
기억은 그대를 부르고
별은 그대의 눈동자가 되어
또 다시 나는
눈을 감습니다..

그대 생의 솔숲에서...김용택
나도 봄산에서는
나를 버릴 수 있으리
솔이파리들이 가만히 이 세상에 내리고
상수리나무 묵은 잎은 저만큼 지네
봄이 오는 이 숲에서는
지난날들을 가만히 내려놓아도 좋으리
그러면 지나온 날들처럼
남은 생도 벅차리
봄이 오는 이 솔숲에서
무엇을 내 손에 쥐고
무엇을 내 마음 가장자리에 잡아두리
솔숲 끝으로 해맑은 햇살이 찾아오고
박새들은 솔가지에서 솔가지로 가벼이 내리네
삶의 근심과 고단함에서 돌아와 거니는 숲이여
거기 이는 바람이여,
찬 서리 내린 실가지 끝에서
눈뜨리
눈을 뜨리
그대는 저 수많은 새 잎사귀들처럼
푸르른 눈을 뜨리
그대 생의 이 고요한 솔숲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