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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날이다.
안개가 서서히 걷히고 하늘 가장자리를 붉게 물들이며
태양빛이 하루를 시작함을 나타낸다.
7월인데도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느낌이 피부에 와 닿고
카디건을 걸치지 않으면 팔뚝에 소름이 돋는다.
참 시간은 물 흐르듯 흐르고 세월은 덩달아 달음박질하듯
저만치 지나간다.
이른 아침부터 청아한 목소리로 고요한 산골의 정적을
깨뜨리는 꾀꼬리의 울음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댄다.
그 소리에 장단을 맞추듯 뻐꾹기 울음이 긴 여운으로 자리한다.나의 하루 시작은 기도로 시작한다.
어둑한 내 작은 공간에 빛으로 오신이의 허락한 신
이 하루의 삶에 감사를 드리고 오늘도 당신과 동행하는
삶이 되기를 소망한다.
쿠키와 요구르트를 챙기고 뽕잎차를 보온병에 담아
가방에 넣고 카메라 렌즈를 챙겨 넣고
산행을 위한 옷을 갈아입고 선크림을 얼굴에 바른다.
이곳에 와서 별생각 없이 선크림도 바르지 않고
민낯으로 트래킹을 다녔더니 자외선에 얼굴이 깜둥이가
되어버려 영락없는 촌놈의 모습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하는
친구 녀석의 말이 여간 신경 써이는 것이 아니라
선크림을 바르고 다닌다.오늘은 늦은 출발을 하게 되었다.
매일 6시면 출발하는데 오늘은 1시간 늦은 7시 출발을
하게 되었다.
벌써 단지 앞 고랭지 채소밭에 여름 배추 출하를 위한 작업자들의
부산한 손길이 바쁘다.
가물어 걱정을 하던 이들의 마음과는 달리 배추는
그야말로 풍작을 이루고 있었다.
배춧값만 폭등시켜놓은 셈이지만 농부들의 부지런한 손길에
그 정성 값은 받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아침 숲은 고요 속에 청아한 이름 모를 새들의 울음소리만
들리며 푸른 신록은 풋풋한 푸른 내음을 뱉어내고 있다.
오늘의 트래킹 장소는 내가 정한 4코스 중 3코스인
백덕산 입구를 통한 평창 임도를 따라 베네소골을 지나
먹골을 통하여 하산하는 코스이다.
약 14.75km이며 약 3시간 소요되는 장소이며
중간중간 사진을 담는 지체되는 시간을 포함하여
약 4시간이 걸린다.
산길의 길섶에는 까치수영이 절정을 이루며 하얗게 피어있고
이제 산수국도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하였다.
머루와 달래들이 꽃잎을 떨구고 열매를 탐스럽게
맺기 시작하며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잠자리들이
7월이 되면서 어디에 있다가 일제히 나온 것인지
화창한 푸른 하늘을 비행한다.여름의 시작과 가을도 시작되는 것일까.
어쩌면 여름은 가을과 함께 진행되는 것이라고 해야겠다.
베네 소골의 이정표가 보이고 백덕산 정산까지 2km
여기까지 10km가 조금 넘어가고 있다.
남은 산행 길을 따라 백덕산 정상을 가 볼까.
순간 생각하다가 예정에 없던 산행은 무리라 생각하고
이내 그 마음을 접고 자리를 잡고 가져간 간식과 물을 마시고
먹골을 향하여 출발하였다.
하산길은 급경사의 내리막길이라 위험은 조금 하지만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고 훨씬 수 헐하다.얼마를 내려왔을까 전원주택들이 보이고
고추밭, 블로 클린, 양상추, 양배추밭들이 보인다.
싱싱하게 푸름을 자랑하며 자라고 있는 채소들이
언젠가 도회지 사람들의 식탁 위에 오르겠지.
햇살이 따갑게 내려 쫴이며 더운 열기가 길 위에서 올라온다.
온몸이 땀으로 헝건하게 젖고 발뒤꿈치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아침에 출발할 때 단지 앞 배추 출하 준비를 하던 일이
벌써 마무리가 되어 가는지 덤프트럭에 싣고 있다.푸르던 밭은 온데간데없고 여기저기 배추 포기들이
남겨진 채 매 개월의 수고한 대가를 지불한 밭은
또 김장 배추를 위한 준비로 부산하겠지.
돌아와 차가운 냉수로 샤워를 하고 나면
말할 수 없는 행복감에 젖는다.
하루의 일상 중에 이 시간이 나에게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오전 11시
이렇게 나의 오전은 늘 이렇게 끝이 난다.Summer Love / Giovanni Marra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