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테 / 권오범Photoessay 2019. 6. 25. 16:56
나이테 / 권오범
세월은 속절없는 것이라고
인간들이 똑똑한 척 말을 만들어 놓고
각다귀판에서 저마다 업을 쌓을 때
나무는 우두커니 서서 세월을 잡아
가슴에 옹골차게 쟁여놓았다
하 세월 똑같이 허비하고도
나의 속은
보이지 않는 나이가 그리움만 키워
아무짝에도 쓸모 없이
욕심과 뒤엉켜 보대껴온 것을
지구가 태양을 짝사랑하는 동안
음지와 양지, 포만감과
허기져 사경을 헤맨 계절까지
나무는 제 몸을 짐작만으로 더듬어
나이마저 보이게 꼼꼼히도 적었으니
지루했을 우주여행 기록이 참으로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