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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숲 / 김왕노Photoessay 2019. 11. 11. 15:34
내 안의 숲 / 김왕노
버려진 것들이 기다린다.
버려진 것들에게 기다림은 더 절실하다.
한때
비수였던 녹슨 칼은 풀에 가려서도
이제 자신을 주워들고 양파를 다듬을
손길이라도 기다린다.
제 안의 침묵으로 더 깊이 파 들어가다
어이 밖에
누가 없는가? 라며 숲을 출렁이게 한다.
숲 밖으로 두런거리며 한낮이 지
나가고,
버려진 자전거는 누군가 주워 고쳐서 타기를 바란다.
시간이 갈 수록
다시 햇살의 바퀴를 돌려 언덕을 넘고 싶은 희망이
벌건 녹으로 번 지고 있다.
한번 누군가에게 들키고 싶은 꽃이
유배의 자세로 피어 있다.
난중일기를 쓰다
가는 바람에 끝없이 흔들리며 보고 싶다 보고 싶다는 울 먹임.
갈증으로 핀 저 이파리들,
저 서걱거림, 저 고요함이 숲을 푸른 융 단으로 짜고,
무성했던 기다림이 썩어또 한줌 숲의 거름기로 돌아가는 시간,
어이 밖에 누가 없는가?
인기척 죽이고 있는 것 다 안다 알아하며 더 깊어가는 숲.
너 맞지? 너 맞지? 하며
깊어가는 숲. 이 도시 누구의 가
슴에나 무성한 숲.
벌초로도 풀베기로도 사라지지 않는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