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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아래로 가서 / 공광규Photoessay 2018. 7. 13. 07:41
느티나무 아래로 가서 / 공광규
이렇게 희망 없는 중년을
더럽게 버텨가다가
다행히 도심이나 여행길에서
늙은 개처럼 버려지거나 비명횡사하지 않는다면
다행이리라
기력이 다한 어느 날 나는
도시의 흙탕물에 젖은 털과
너덜너덜한 상처를 끌고
백 년도 넘게 천천히 살아온
우리 동네 느티나무 아래로 갈 것이다
월산 쪽으로 지는 해를 바라볼 때
누가 회환으로 가득 찬
구겨 앉은 늙은 짐승을 알아줄 리 없지만
남들을 따라 짖어온 그림자 같은
안타까운 삶을 망연히 바라보며
망상을 기댈 것이다.
시집 - 소주병(실천문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