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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에게2 /이해인 외Photoessay 2015. 1. 24. 09:50
벗에게2 내가 누구인지 벗이여 오늘은 그대에게 묻고 싶다 잠에서 깨어나 거울 앞에서 바라보는 낯선 얼굴의 나 밤길을 걷다 나를 따라붙는 나보다 큰 나의 검은 그림자가 두렵고 낯설었다 이젠 내가 나와 친해질 나이도 되었는데 갈수록 나에게서 멀어지는 슬픔 나를 찾지 못한 부끄러움에 오늘도 시름시름 앓고 있는 내게 벗이여 무슨 말이라도 해다오
벗에게3 내가 죽더라도 너는 죽지 않으면 좋겠다 꼭 죽어야 한다면 내가 먼저 죽으면 좋겠다 아니, 더 솔직히 말하면 같은 날 같은 시에 죽으면 좋겠다 이 또한 터무니없는 욕심이라고 너는 담담히 말을 할까 우정보다 더 길고 깊은 하나의 눈부신 강이 있다면 그 강에 너를 세우겠다 사랑보다 더 높고 푸른 하나의 신령한 산이 있다면 그 산에 너를 세우겠다 내게 처음으로 하늘과 사람의 아름다움을 보여준 내 목숨보다 귀한 벗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