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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김용택Photoessay 2015. 6. 27. 18:15
까치수영
산...김용택
강물을 따라 걸을 때
강물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네
인생은 이렇게 흐르는거야
너도 나처럼 흘러봐
하얗게 피어있는 억새 곁을 지날 때
억새는 이렇게 말했네
너도 나처럼 이렇게 흔들려 봐
인생은 이렇게 흔들리는 거야
연보라색 구절초 곁을 지날 때
구절초꽃은 이렇게 말했네
인생은 한번 피었다가 지는 꽃이야
너도 나처럼 이렇게 꽃 피어봐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 지날 때
느티나무는 이렇게 말했네
인생은 이렇게 뿌리를 내리고
그 자리에서 사는 거야
너도 나무처럼 뿌리를 내려 봐
하늘에 떠 있는 구름 아래를 지날 때
구름은 나를 불러 이렇게 말했네
인생은 별 게 아니야
이렇게 허공을 떠도는 거야
너도 정처없이 떠돌아 봐
내 평생
산 곁을 지나다녔네
산은 말이 없네
한마디 말이 없네길 위에서... 나희덕
길을 잃고 나서야 나는
누군가의 길을 잃게 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어떤 개미를 기억해내었다
눅눅한 벽지 위 개미의 길을
무심코 손가락으로 문질러버린 일이 있다.
돌아오던 개미는 지워진 길 앞에서 두리번거리다가
전혀 엉뚱한 길로 접어들었다
제 길 위에 놓아주려 했지만
그럴수록 개미는 발버둥치며 달아나버렸다.
길을 잃고 나서야 생각한다
사람들에게도
누군가 지나간 자리에 남는
냄새 같은 게 있다는 것을,
얼마나 많은 인연들의 길과 냄새를
흐려놓았던지, 나의 발길은
아직도 길 위에서 서성서리고 있다.Rose's Theme / Angelo Badalament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