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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지우신다 / 이경림Photoessay 2019. 11. 11. 15:17
어머니, 지우신다 / 이경림
휑한 방에 누워 자꾸 지우신다 장롱만한지우개로 삯뜨개질의 날들을 지우신다
지워도 자꾸 풀려나오는 실꾸리, 실같이 가는
기억의 구멍이 점점 커진다 실꾸리가
구멍 저편으로 떨어진다,
그 속에 팔을 넣고 휘젓는 어머니, 한 실마리가
잡. 혔. 다. 친친 감긴 한시절이 끌려나온다
치마꼬리에 매달린 죽은 아들, 찐 고구마,
없는 치료비......, 욕설의 날들이,
찬 고구마가 담긴 소쿠리 위로
오색 날개의 퉁퉁한 치욕들이 윙윙 난다
저리 가!
쫓아도 자꾸 붙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