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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겁게 내려앉은 하늘
오늘도 흐린 아침이다.
바람 한 점 없는
고요한 산골의 아침이 적막하기만 하다.
하늘엔 회색빛 구름으로 채워지고
새날을 알리려는 붉은 태양빛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다.
침묵으로 일관하는 숲은
조용하다 못해 엄숙하기조차 하다.
푸른 실록 사이로
한 줌의 바람도 허락지 않는 고요한 아침
발자국 소리조차도
조심스러운 움직임으로
트래킹 준비를 마치고 길을 나선다.
이번 주에는 이틀에
한 번씩으로 트래킹을 하게 되었다.어디로 목적지를 두어야 할까
결정하기도 전에
출발하면서 생각을 한다.
정하여진 4개의 코스 중에서
늘 순차적으로 다녔었는데
요즈음 들어 본의 아니게
트래킹을 빼 먹는 횟수가 늘어남에 따라
순차적으로 다니지 못하고
그냥 발길 닿는 대로 다니게 된다.
오늘은
마지막 코스인 제4코스로 정하여
길을 재촉하였다.
이곳은 명품 숲 가기 전
차량과 출입이 통제된 계촌으로 연결된 임도이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매년 3km씩 공사가 되어
구임도 와 연결이 되어 있는 곳이다.
구임도 와 연결되는 도로에서
계촌으로 내려갈 수 있는 길이 있다.그 길을 택하여 얼마를 걸어 들어갔을까.
3km 정도 이르는 지점에서
시끄러운 기계음이 소리가 들려온다.
분명 들어오는 입구는 바리케이드가 쳐져 있고
커다란 자물통이 채워진 것을 보았는데
누구인가 산에서 벌목을 하는
전기톱 소리가 요란스럽다.
조금 더 들어가니
갤로퍼 차량 한 대가 주차되어 있고
그곳에서 숙박을 한 듯한 풍경이 펼쳐져 보인다.
조금 더 걸어가니
길 자체가 벌목된 나무들로 길의 형체를
찾아 볼 수 없게 되어있다.
순간 더 이상 갈 수 없는 것인데
돌아가야 하나 망설임이 머리를 스친다.
그러나
여기까지 와서 중간에 돌아간다는 것이
그렇고 해서
벌목된 나무들을 헤치고 길을 찾아
앞으로 나가면서 사진을 담았다.산 위에서 나의 모습을 보았는지
전기톱으로 벌목을 하던 사람들이
하나 둘 작업을 멈춘다.
순간 숲은 고요한 정적이 흐르고
산위를 보니 3사람이
각자 흐트져 전기톱으로 벌목을 하고 있었다.
참나무, 소나무, 잣나무 등
산 위에서 벌목된 나무들은
아래에 있는 임도를 온통 덮어 버렸다.
벌목된 나무를 헤치며 길을 찾아
그곳을 지나면서 생각하니
정식 허가를 내어 벌목을 하는 것이 아니라
불법으로 벌목을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바리케이드까지 쳐 놓은 곳에 들어와
벌목을 하면서 사람인 기척에
작업을 멈추는 것과 같은 행동이
너무나 의심스러웠지만 나로서는 알 길이 없었다.오늘 산행은
그야말로 극기훈련처럼 되어 버렸다.
아침 6시에 출발하여
유스호스텔을 경유하여
계촌으로 하여 집에 도착하니 오후 1시 30분이었다.
7시간 30분이나 걸려 29km을 걸어왔다.
온통 땀으로 옷은 흠뻑 젖어 버리고
발바닥에 통증이 올 정도로
쉬지 않고 걸어왔다.
힘들고 지치지만 이상스럽게
기분 좋은 그런 느낌이 피곤함을 물리치는듯하다.
그래도 집에 와 샤워하고 차가운 물을 마시는 기분은
그야말로 고생한 만큼의 상쾌한 기분으로 채워진다.오후 5시
드디어 잔뜩 찌푸린 하늘이 비를 쏟아 놓는다.
비 오는 풍경을 한없이 바라보며
오늘도 행복감에 젖어 본다.트래킹을 마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