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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바나나 / 왕국Bookmark 2015. 1. 25. 22:29
이 세상 끝까지 함께 걸어가자고 이제는 그렇게 말할 수 없다. 길은 갈렸다. 침묵이 이어졌다. 돌이킬 수 없는 그러나 귀중한 침묵이었다. 우리의 몸 전체가 서로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모든 것을 잊고 서로를 껴안으면 다 없었던 일로 할 수 있다고 외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똑같은 일이 생긴다. 더 혹독하고 더 괴로운 형태로 벌어지리라는 것을 알기에 우리는 손조차 마주 잡을 수 없었다. 나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다만 마음속은 갈가리 찢어져 피가 맺힐 정도였다. - [요시모토 바나나 / 왕국]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