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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방울꽃Photoessay 2017. 5. 29. 09:19
[은방울꽃]
겨울나그네...김춘경
가야할 곳을 알고
떠나야 할 곳을 아는 사람은
진정 나그네가 아니리라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서
정처없이 헤매는
길 잃은 양같은 사람
삭막한 오지에서 만나면
눈물나게 반가울 것 같은
설령 하룻밤 사랑에
온 세상이 다 무너져도
그 사랑 버릴 곳 조차 없을
그런 사람
밤새 추위에 떨며
눈밭을 구르다가도
햇볕에 녹아 내린 설경을
아쉬워하며 길을 가는 수도승처럼
처연히 마음을 두되
언제 어디로 가야할지를 모르는
그런 사람
오늘은
예고 없이 와서
인사도 없이 가 버리는 흰 눈처럼
정처없이 왔다
홀연히 떠나가는 겨울나그네가
몹시도 그리운 날이다[노루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