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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김준한Photoessay 2015. 7. 18. 18:09
장마 /김준한
그에겐 무성한 숲이 있어,
한 없이 반짝이다가도 어느새 그의 숲에선 물비린내가 난다.
가끔 햇살이 젖은 마당을 말리나 싶더니 이내,
변덕스런 사춘기 소년의 부푼 구름처럼 캄캄해진다.그에게선 금방 구름 속에서 건져 올린
나뭇잎의 싱싱한 비늘 냄새가 난다.
때론 세월의 바다 건너에 잃어버리고 온 상처를 기억해 와,
캄캄해진 마당에 억수 같은 슬픔을 쏟아 놓는다.
하루 종일 꿉꿉한 그를 말리기 위해 햇살처럼 웃어 주면,
어느새 산 까치 몇 마릴 싱그런 풍경에 풀어 놓고
짹짹거리는 이 남자, 변덕스런 한 철을 지나고 있나 보다.그에겐 뿌연 안개 자욱히 내려앉은 먼 산 같은 그리움이 있고,
그의 마음엔 날려 보낼 수 없는 새들의 젖은 날개가 있고,
먹구름처럼 무거운 하늘이 있고,
허공의 옆구릴 간지럽히는 이슬비도 있고,
세상 모든 것을 활딱 뒤집고 부러뜨리고 싶은 태풍도 있다가,
뜨겁다 못해 쨍쨍 내리 쬐는 열망도 있다가,
이제 막 벼락 같은 분노를 거두고
이슬비 같은 눈으로, 따사로운 햇살을 살랑거리다가도
내가 잠깐 돌아서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이파리를 활딱 뒤집어 버리는 이 남자.한 번 바라봐 주면 세월처럼 깊은 구름 속에서
추억 같은 햇살을 꺼내 젖었던 마음을 말리다가도,
잠깐 무심한 사이, 다시 폭우를 몰고 와 캄캄해지는 이 남자.
그의 가슴엔 한 마리 새가 날아오며 만든 길을
살랑 살랑 지우는 나뭇잎도 있고, 바람을 이겨 보겠다고
광활한 허공 위에서 제자리 걸음인 날개의 오기도 있고,
에잇! 바람을 피해 우회하는 새의 뒤 늦은 후회도 있고,너무나 변덕스러운 이 남자
하지만 늘 진부하지 않은 이 남자 그리하여 순간순간 살아 있는,
이 남자 사랑해도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