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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희, 혼불 1부 '흔들리는 바람2'편에서Photoessay 2016. 5. 16. 16:36
애초에 세상살이 견디기 쉬운 것이었다면,
부처님은 무엇 하러 왕궁을 버리고
얼음 골짜기에서 뼈를 깍었으리.
오죽하면 인생은 고해라 하지 않던가.
사람마다 남 보기는 호강스러워도
저 혼자 앉어 있을 때의 근심 고초란 짐작도 못하는 법.
어떻게든지 그것을 이겨내고 버티면서 제 할 일을 해야 한다.
산다는 것은, 그저 타고난 본능만은 아니지.
그것은 일이다. 일이고 말고.
살아도 그만 안 살아도 그만일 수는 없지.
뜻한 것이 이루어지고 재미있고 좋아서만 사는 것이랴.
고비고비 이렇게 산 넘고 물 건너며
제 할일을 하는 것이 곧 사는 것이다.
최명희, 혼불 1부 '흔들리는 바람2'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