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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핀 나무 / 이기철Photoessay 2015. 5. 13. 21:29
미나리냉이
명품숲 가는 길에서
꽃핀 나무 / 이기철
하루를 침대에 눕히기 위해서는
한 사람이 그리움을 내려놓아야 한다
한 사람의 마음이 꽃 핀 나무로 서기 위해서는
한 움큼의 기쁨을 그의 마음 속에 심어야 한다
지나오면 모두 어제가 되고 작년이 되는
이빨 속에 무참히 뜯긴 시간들
봄을 따라가던 맹목의 가을이
잘못 든 길에서 얼굴 붉힌다
그것이 세월이다
그러나 한 다발의 기쁨으로 세월을 견디기 위해서는
쓸쓸함의 계단을 딛고 올라
꽃 핀 나무의 열렬함으로 하루를
꼿꼿이 세워야 한다
내가 사랑했던 나무와 네가 사랑했던 나무의
빛깔이 서로 다를 때
그것이 한 해다
세상은 어두워도 꽃 핀 나무의 마음은
혼자 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