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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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하다는 것은 / 조병화Photoessay 2022. 10. 28. 09:12
고독하다는 것은 - 조병화 고독하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소망이 남아 있다는 거다 소망이 남아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삶이 남아 있다는 거다 삶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거다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 아직도 너를 가지고 있다는 거다 이렇게 저렇게 생각을 해보아도 어린 시절의 마당보다 좁은 이 세상 인간의 자리 부질없는 자리 가릴 곳 없는 회오리 들판 아 고독하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소망이 남아 있다는 거다 소망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삶이 남아 있다는 거다 삶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거다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 아직도 너를 가지고 있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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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슬프게 하는 시들 /안도현Photoessay 2020. 7. 24. 11:19
나를 슬프게 하는 시들 /안도현 처음부터 끝까지 묘사 한 줄 없이 자기 뱃속에 든 것을 줄줄이 쏟아 놓기만 하는 시는 나를 슬프게 한다. 얼마나 말을 하고 싶었으면 시라는 형식을 빌어 일방적인 고백을 할까 싶기도 하지만, 시의 옷을 입고 이리저리 시달리는 그 언어는 또 얼마나 몸이 아플 것인가. 말을 하고 싶어도 참을 줄 알고, 노래를 시켜도 한 번쯤은 뒤로 뺄 줄 아는 자가 시인일진대, 어두운 노래방에서 혼자만 마이크를 잡고 있는 시인은 나를 슬프게 한다. 또한 시인이란, 감정의 물결을 슬기롭게 조절하면서 헤쳐 나갈 줄 알아야 할 터이다. 시란 깊은 강물 위의 노젓기와 같아서 감정을 밀었다가 당기고, 당겼다가 미는 데서 그 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인데, 앞으로도 뒤로도 가지 못하고 한 자리에 뱅뱅 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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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홀씨 / 김종욱Photoessay 2020. 7. 24. 11:08
민들레 홀씨 / 김종욱[1992년 세계일보] 새 학기가 시작되고 우리들 가슴마다 설레이는 5월의 아지랑이가 피어오를 때 교실 창밖에서 떠돌던 홀씨 하나 살포시 날아들었네 어느 바람의 손길이 널 이리로 보냈니 오그린 손옹당이 안에서 파르르 몸을 떤다 가도가도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뿐인 너의 기나긴 고통의 여정을 생각하면 정직한 노동이 어느 한 곳 뿌리내리지 못하고 멸시와 착취와 탄압이 샌드백이 되는 멍든 이웃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선생님은 네 종족의 대이동을 가리키며 떠남은 새 생명의 탄생을 위한 운동이라고 말씀하시네 봄날 푸른 하늘에 혁명군처럼 자욱히 떠올라 날아가는 저들을 보면 어찌 믿음을 갖지 않으랴 너의 선조들이 절정의 꽃으로 피어났던 시절이 있었음을 그처럼 너희 또한 수많은 씨앗이 씨앗인 채로 남아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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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외로운 존재이다...정호승Photoessay 2020. 6. 26. 09:06
인간은 외로운 존재이다...정호승 인간은 외로운 존재이다. 인간만큼 고독한 존재는 없다. 그것이 인간의 기본 명제이다. 인간은 태어날 때도 혼자 외롭게 태어나지만 죽을 때도 혼자 외롭게 죽어간다. 인간이 외롭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인간의 삶을 이해할 수없다. 인간에게 있어 외로움은 우리가 매일 먹는 물이나 밥과 같다. 외롭기 때문에 우리는 인간이다. 이 외로움의 본질을 이해하지 않으면 우리의 삶은 고통스럽다. 외로움을 이해하는데서 우리의 삶은 시작된다. 우리가 외롭다는 것은 혼자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단순히 물리적으로 혼자 있기 때문에 외로운 것은 아니다. 혼자 있어도 마음속에 사랑이 가득차 있으면 외롭지 않다. 우리는 사랑의 대상을 인간에게서 멀리 벗어 날 필요가 있다. 사람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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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의 편지/김사랑Photoessay 2020. 6. 16. 12:56
유월의 편지/김사랑 잘 지내시나요 잘 계시죠 그대 그리운 날에 할일없이 그대 안부를 묻습니다 보고싶어요 보고싶다고 바람에 속삭이며 오늘 또 하루를 맞이 합니다 꽃들은 왜 필까요 사랑은 왜 생겨날까요 내 마음을 나도 모르듯 세상의 모든 일을 알 수 없답니다 기다림에 지친 날 삶도 목적없이 배회하며 생의 방향도 모를때면 그대가 내 곁에 있어 주세요 좋아한다는 말과 사랑한다는 말은 마냥 가슴을 설레이게 하고 우리 삶에 희망이 돼요 오늘도 기쁘고 즐거운 날 행복하셔요 그래야 저도 그대 때문에 행복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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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뒤안길 / 청하 허석주Photoessay 2020. 6. 16. 12:47
6월의 뒤안길 / 청하 허석주 6월은 1년중에 반년이 깨지는 달이다 6월이 마감되면 가던길을 멈추고 주변을 한번 살피고 뒤돌아 보는달이다 어느새 훌쩍 커버린 잡초 사이로 작은 풀꽃 하나 그틈에 살아 보겠다고 까치발을 들며 일어 선것이 엊그제이다 푸른날은 오랫동안 기다려 주지 않는다 사랑도 마냥 기다려 주지 않는다 늘 미련의 시간속에서 되새김질만 한다 인생길도 이정도 왔으면 그늘에 앉아 푸른 잎사귀들에 대화도 엿들으며 무심한 구름의 속마음도 물어 볼일이다 아무리 뒷걸음질 못하는 삶의길 이지만 어둠속에도 사랑을 약속하는 별처럼 방금만난 들꽃에게 사랑을 고백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