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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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가장 넉넉한 집Photoessay 2020. 4. 28. 14:50
♡이 세상에서 가장 넉넉한 집♡ 이 세상에서 가장 넉넉한 집은 당신 마음속에 들앉은 생각의 집이다. 대문도 울타리도 문패도 없는 한 점 허공 같은 강물 같은 그런 집이다 불안도 조바심도 짜증도 억새밭 가을 햇살처럼 저들끼리 사이좋게 뒹굴 줄 안다. 아무리 달세 단칸방에서 거실 달린 독채집으로 이사를 가도 마음은 늘 하얀 서리 베고 누운 겨울 들판처럼 허전하다. 마침내 32평 아파트 열쇠 꾸러미를 움켜쥐어도 마음은 아파트 뒤켠 두어 평 남새 밭 만큼도 넉넉지 못하다. 이 세상에서 가장 분양 받기 힘든 집은 마음 편안한 무욕의 집이다 그런 집에서 당신과 함께 살고 싶다. 때묻고 구김살 많은 잡념들은 손빨래로 헹구어 내고 누군가가 수시로 찌르고 간 아픈 상처들도 너와 나의 업으로 보듬고 살자 어쩌랴. 나의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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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강에 가고 싶다 / 김용택Photoessay 2020. 4. 12. 13:03
그 강에 가고 싶다 / 김용택 사람이 없더라도 강물은 저 홀로 흐르고 사람이 없더라도 강물은 멀리 간다. 인자는 나도 애가 타게 무엇을 기다리지 않을 때도 되었다. 봄이 되어 꽃이 핀다고 금방 기뻐 웃을 일도 아니고 가을이 되어 잎이 진다고 산에서 눈길을 쉬이 거둘 일도 아니다. 강가에서는 그저 물을 볼 일이요 가만가만 다가가서 물 깊이 산이 거기 늘 앉아 있고 이만큼 걸어 항상 물이 거기 흐른다. 인자는 강가에 가지 않아도 산은 내 머리맡에 와 앉아 쉬었다가 저 혼자 가고 강물은 때로 나를 따라와 머물다가 멀리 간다. 강에 가고 싶다. 물이 산을 두고 가지 않고 산 또한 물을 두고 가지 않는다. 그 산에 그 강 그 강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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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을 사랑했네 / 이정하Photoessay 2020. 4. 12. 11:59
한 사람을 사랑했네 이정하 삶의 길을 걸어가면서 나는, 내 길보다 자꾸만 다른 길을 기웃거리고 있었네. 함께 한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로 인한 슬픔과 그리움은 내 인생 전체를 삼키고도 남게 했던 사람. 만났던 날보다 더 사랑했고 사랑했던 날보다 더 많은 날들을 그리워했던 사람.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다 함께 죽어도 좋다 생각한 사람. 세상의 환희와 종말을 동시에 예감케 했던 한 사람을 사랑했네. 부르면 슬픔으로 다가올 이름. 내게 가장 큰 희망이었다가 가장 큰 아픔으로 저무는 사람. 가까이 다가설 수 없었기에 붙잡지도 못했고 붙잡지 못했기에 보낼 수도 없던 사람. 이미 끝났다 생각하면서도 길을 가다 우연히라도 마주치고 싶은 사람. 바람이 불고 낙엽이 떨어지는 날이면 문득 전화를 걸고 싶어지는 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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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며 사랑하며 / 이정하Photoessay 2020. 4. 12. 11:43
흔들리며 사랑하며 이정하 이젠 목마른 젊음을 안타까워하지 않기로 하자. 찾고 헤매고 또 헤매이고 언제나 빈손인 이 젊음을 더 이상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하자. 누구나 보균하고 있는 사랑이란 병은 밤에 더욱 심하다. 마땅한 치유법이 없는 그 병의 증세는 지독한 그리움이다. 기쁨보다는 슬픔 환희보다는 고통, 만족보다는 후회가 더 심한 사랑, 그러나 설사 그렇다 치더라도 우리가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랴 어찌 그대가 없는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으랴 길이 있었다. 늘 혼자서 가야하는 길이었기에 쓸쓸했다. 길이 있었다. 늘 흔들리며 가야하는 길이었기에 눈물겨웠다.